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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기원, 태양광 97% 반사해 열 잡는 웨어러블 전자소자 개발



열(熱)을 잘 써야 생활이 편해진다. 열이 과하면 전자 제품이 망가지고, 차량이나 건물은 찜통이 된다. 국내외에서 뜨거운 열을 잡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은 전자 제품에 적용돼 발열 문제를 해결하고, 전기 없이도 차나 건물 내부의 온도를 식히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입는 전자장비의 발열 문제 해결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의 송영민 교수팀은 “외부 전원 없이 물체의 온도를 냉각하는 소재로 웨어러블 전자소자를 만들었다”고 15일 밝혔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종종 발생하는 발열 문제가 골칫거리다.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 안에 열을 발산하는 얇은 금속판을 삽입하지만, 냉각 효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 금속판은 유연성이 떨어지고 데이터 송수신도 방해한다.


연구진은 얇고 유연하면서 금속 소재가 들어가지 않는 냉각 소재를 개발했다. 열을 전자기파 형태로 공간에 방출하는 복사 원리를 이용했다. 냉각 소재는 나노·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 구멍(기공)이 나 있는 고분자 폴리머로 이뤄졌다. 인체에는 해가 없다.


다양한 크기의 기공은 태양광은 97% 이상 반사하고, 전자기파의 형태로 내부 열을 방출한다. 특히 기존 소재와 달리 금속 없이 작동할 수 있어 무선 전력이나 데이터 송수신을 방해하지 않는다.


박태호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팀도 유기물 기반의 전자소자에서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할 수 있는 냉각 시스템을 개발했다. 유기물 소재는 열전도도가 낮다. 그만큼 열이 방출되지 않고 축적되면 소자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열이 잘 통하는 산화알루미늄 나노 입자로 냉각 구조체를 만들었다. 여기에 전기가 잘 통하는 고분자를 입혀 전하 이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연구진은 “기존 소재와 온도 변화를 비교한 결과, 새로 개발한 소재의 빠른 냉각 속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새 냉각 소재는 유기물과 무기물이 섞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소자 성능을 3배 이상 향상시켰다. 박태호 교수는 “앞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 유기트랜지스터 등 차세대 전자소자에 접목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찜통 차 내부 온도 4도 낮춰


열을 잡는 기술은 전자 제품 이외에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다. 지스트 송영민 교수팀은 외부 전원 없이 찜통 차 내부를 식혀주는 기술도 개발했다. 기존의 열 방출 기술은 한쪽 표면에만 부착돼 온도를 낮췄기 때문에 표면 아래의 공간에 있던 열을 배출하는 것이 어려웠다.


연구진이 개발한 소재는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아래부터 석영, 은, 폴리머 순이다. 석영이 밀폐된 공간의 열을 흡수하면 그 위의 폴리머가 열을 전자기파 형태로 방출해 온도를 낮춘다. 밀폐된 공간에서 열이 갇히는 온실효과를 막는 것이다. 또 은은 태양광을 90% 이상 반사한다.


실제 차량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 기존 소재는 표면만 냉각시켰지만 이 소재는 차량 내부의 온도를 섭씨 43도에서 39도로 4도 정도 낮췄다. 자동차 소비전력 절감 효과로 환산하면 10% 절감하는 수준이다.


열 조절 기술은 전기가 부족한 지역에서 의약품·식료품 등 냉장 보관이 필요한 물품을 운송·보관하거나, 건물의 온도를 낮추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사막의 낙타가 체온을 조절하는 방법을 모방해 전기 없이도 더운 날씨에도 제품을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대부분이 공기인 에어로겔로 낙타의 털을 대신하고, 수분이 많은 묵 형태의 하이드로겔로 땀샘을 모방했다. 하이드로겔은 물을 증발시켜 온도를 낮춘다. 에어로겔은 낙타의 털처럼 수분이 증발할 때 열을 차단한다. 연구진은 낙타를 모방한 소재를 활용하면 주변보다 섭씨 7도 정도 낮게 유지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Link]: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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