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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이군요. 그럼 만일 재생에너지로 에어컨을 돌린다면, 환경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석탄화력발전보다야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겠죠. 하지만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냉매죠. 흔히 에어컨 가스라고 하는 그것 말입니다. 땀 흘린 얼굴에 바람이 불면 갑자기 시원해지죠? 그건 땀방울이 기체로 바뀌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저도 액체 냉매를 기체로 만들어 실내 온도를 낮춥니다. 기체가 된 냉매는 실외기 쪽에서 압축기를 거쳐 다시 액체가 되고요. 그런데 이 냉매가 무시무시한 온실가스예요. 현재 쓰이는 냉매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R―507A라고 하는 냉매의 온난화계수(GWP)는 3985인데, 이는 이산화탄소가 100년 동안 1만큼의 열을 가둔다면 R―507A는 같은 기간 3985나 되는 열을 가둘 수 있다는 뜻이죠. 아, 그렇다고 에어컨을 틀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정상적인 에어컨이라면 냉매는 본체와 실외기를 계속 순환하며 양이 유지되거든요. 누설부위가 생겼거나 에어컨을 폐기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죠. 가정용 에어컨은 회수체계가 갖춰져 있어 그나마 안심입니다. 자동차 에어컨이나 초대형 에어컨·냉동설비를 쓰는 업체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원칙대로라면 전국 500여 폐차장은 차를 폐차하기 전에 냉매를 회수해 폐가스처리업체에 넘겨야 합니다. 하지만 1㎏당 3000∼1만원의 처리비용이 들죠. 그래서 그냥 공기 중으로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환경부 조사에서 지난해 폐차 냉매는 11만3147㎏ 회수됐습니다. 차 한 대에는 평균 313g의 냉매가 들어 있는데 연간 폐차량(약 80만대)을 감안하면, 25만400㎏의 냉매 중 45%만 회수된 셈이죠. 그마저도 실제 폐가스업체에 제대로 인계된 양은 7만225㎏에 불과합니다. 약 18만㎏ 즉, 180t의 냉매가 지금 현재 저 하늘에서 지구를 뜨겁게 데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해 국내 냉매 수입·제조량은 3만7000여t인데, 쥐도 새도 모르게 새나가는 양이 상당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팀이 개발한 수동 복사냉각 장치를 부착한 부분의 온도가 주변보다 3~5도 내려갔다. 송영민 교수팀 제공

-대답을 들으니 마음만 복잡해지네요. 안 틀자니 더워 죽겠고, 틀자니 지구에 미안하고. 대안이 없을까요? “오존층을 보호하자는 몬트리올의정서와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지금 많이 쓰이는 냉매(HCFC, HFC 계열)는 2045년까지 단계적으로 사용이 중단될 예정입니다. 냉매로 인한 기후변화는 어느 정도는 끝이 보이는 상황인 거죠. 막대한 전력 사용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데, 전력효율 최상위 등급의 제품만 써도 전력수요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하네요. 에어컨 없이 실내 온도를 낮추는 기술도 나오고 있습니다.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팀은 태양광을 최대한 반사시키고, 실내 열기는 밖으로 방출시키는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타일처럼 건물 외벽이나 지붕, 자동차 선루프에 붙여서 사용하는 것이죠. 그는 “담쟁이나 하얀색 페인트로 건물 외벽이나 옥상을 덮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해서는 대기 온도 밑으로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지 못한다”며 “우리 기술은 주변 대기보다 5도 이상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술은 2014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처음 고안했는데 이후 외국에서는 창업에 이른 연구팀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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