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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지난 7월 31일 광주 북구 GIST에서 만났다. 송 교수는 바이러스를 탐지하며 동시에 산소 포화도 등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센서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위중 및 중증 환자는 124명이다. 이들은 혈액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산소공급 등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다. 산소 포화도는 혈액이 신체 각 부분에 산소를 얼마나 잘 운반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중증 환자를 판가름하거나 중증도를 예측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최근 이런 산소 포화도 등 생체 신호를 일상에서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거나, 환자의 중증도를 최대한 빨리 확인하는 일이 중요해져서다. 산소 포화도 외에 심장박동과 체온 등을 측정한다는 스마트워치가 대표적인 예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이런 센서에 직접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탐지하는 기술을 덧붙여 감염 위험성까지 확인하는 기술을 꿈꾼 사람이 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검사를 받지 않고도 바이러스의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 감염과 전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런 상상을 기술로 실현하는 대표적 센서 전문가다. 지난 7월 31일, 그를 GIST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공기 중에 떠도는 외부 유해물질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탐지하는 한편, 생체 내부 신호를 측정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가릴 수 있다"며 "특히 최근 인공지능(AI)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이 활발해지면서 센서의 바이러스 탐지와 감염 여부 판단의 정확도가 아주 높아질 것"이라고 기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유해물질 감지 센서의 모습이다. 상대습도가 20%일때는 노란 색만 보이지만 50%를 넘어가자 센서 속 패턴이 선명하게 보인다. GIST 제공

●바이러스로 바이러스 검출 가능...코로나19 검출하는 센서 개발중

송 교수 연구팀은 이런 센서가 조만간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 교수팀은 이미 외부 유해물질 감지용 센서와 생체 내부 신호를 측정하는 센서를 각각 개발한 상태다.

외부 유해물질 감지용 센서 관련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7월 21일자에 발표됐다. 이 센서는 벤젠이나 아세톤같은 유독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나 내분기계를 교란하는 물질인 플라스틱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을 감지하면 색이 변한다.

이 센서는 다른 물질이 달라붙으면 팽창하는 ‘M13 박테리오파지’라는 바이러스를 이용했다. 바이러스가 팽창하면 센서의 구조가 바뀌게 되고 색이 변한다. 송 교수는 “실과 같은 구조를 지닌 M13 박테리오파지는 특정 물질에 더 잘 반응하도록 변형시킬 수 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이며, 한번에 대량 복제가 가능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 연구팀은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의 유전자를 변형해 벤젠이나 아세톤같은 유독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나 내분기계를 교란하는 물질인 플라스틱 환경호르몬에 반응하도록 했다. 송 교수는 “단백질을 바꿔 특정 물질이 잘 달라붙게끔 바꿔 물질이 붙으면 구조가 변해 색이 바뀌도록 했다"고 말했다. 감도도 높았다. VOC 4종과 환경호르몬 2종에 대해서 반응 정도를 분석한 결과 수십 ppb(10억분의 1) 농도일때도 색이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송 교수는 이 바이러스를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응시켜 탐지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연구용 바이러스를 확보하는 중이다. 그는 "외국에서도 M13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다양한 센서 개발이 시도돼 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대표적인 선도 연구그룹"이라며 "TNT(고성능 폭약)나 수은을 탐지하고 암을 진단하며 2차 전지 재료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시도돼 왔다"고 말했다. 다양한 화학적, 생물학적 과정에 응용이 된 만큼 전세계의 관심사인 코로나19 바이러스 탐지에도 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송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생체신호 측정 센서. 동아사이언스DB

●생체신호 측정 센서도 개발...자가격리자에 활용 가능

송 교수는 이 센서에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패치형 센서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 패치형 센서는 100원짜리 동전 크기로 팔뚝에 붙여 사용한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사용해 센서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면 붉은색 빛이 깜빡거린다. 무선으로 전력이 전송됐다는 신호다. 따로 전력이 필요없다.

센서는 곧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팔뚝에 쏜다. 빛은 피부를 통과해 혈관까지 닿는다. 송 교수는 “이 빛이 피부를 통과하며 반사되는 양을 측정해 산소 포화도를 측정한다”며 “심박수와 호흡수, 체온 등도 같이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루투스를 적용할 경우 보다 먼 거리에서도 측정이 가능하다. 이 센서 개발은 이미 완료했고, 논문 발표를 준비 중이다. 송 교수는 자가 격리자들에게 이 센서를 붙여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데이터와 AI로 센서 감도 높일 수 있어..."더 정밀한 측정 가능"

송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을 계획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바이러스 탐지 센서와 패치형 생체센서의 감도를 높이겠다는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송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여러 샘플들을 만들면 거기서 나오는 데이터량이 상당하다”며 “센서의 색이 언제 잘 변하고 어느 정도의 바이러스 양이 있는지를 역으로 추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치형 생체센서의 경우에도 생체 신호를 측정하게 되면 거기서 많고 복잡한 데이터들이 나온다”며 “AI를 이용해 관련 데이터들을 분석하게 되면 더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광주 북구 GIST 도서관에 송영민 교수 연구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동아사이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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