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민 GIST 교수팀, 열 흡수 및 방출 기능 갖춘 소재 개발
뜨겁게 달궈진 차량 등 밀폐된 실내의 열을 바깥으로 방출시킬 수 있는 소재가 개발됐다.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내부 공간의 온도를 낮출 수 있어 건물과 자동차, 전자기기 등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IST 제공
한여름 태양빛 아래에서 자동차나 건물 내부가 과열되는 문제를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소재 기반 기술이 개발됐다. 건물과 차량의 냉방 에너지를 절약시켜주고 전자기기의 방열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와 허세연·이길주 연구원팀은 밀폐된 공간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4일자에 발표했다.
한여름 차량이나 건물 등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온실효과’ 때문이다. 태양빛은 투명한 유리창 등으로 내부에 들어와 내부 물체를 가열한다. 가열된 물체는 파장이 긴 ‘장적외선’을 방출하는데, 장적외선은 유리창을 통과하지 못해 차량이나 건물 내부에 갇히고 내부의 온도가 올라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여름철 차량과 건물 실내는 한 시간이 채 안 돼 60도 이상까지 뜨거워진다.
연구팀은 밀폐된 공간 내부의 열을 흡수한 뒤 이를 바깥으로 빼내는 소재를 계산과 실험을 통해 찾았다. 석영을 0.5mm 두께로 얇게 자른 뒤 수 µm (마이크로미터, 1 µm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사각형 홈을 바둑판 모양으로 빼곡히 새겼다. 그 위에 은을 얇게 코팅하고, 이어 일종의 플라스틱인 폴리머(PDMS)를 차례로 미세하게 코팅해 얇은 패널을 제작했다.
그 뒤 온도를 낮추고자 하는 공간 위에 이 패널을 덮었다. 그 결과 맨 아래 석영층에서 그 아래 공간의 열을 흡수하고, 이 열이 은을 지나 맨 위 폴리머 층에서 전자기파 형태로 방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자기파는 지구 대기가 잘 흡수하지 못하는 파장을 지녀 그대로 우주까지 퍼져 흩어졌다. 송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PDMS는 전자기파의 형태로 방출하는 역할을 하며 사각형 패턴을 이용해 대기가 흡수하지 않는 파장의 전자기파를 방출시키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송영민 교수팀이 개발한 소재를 자동차에 적용한 예(왼쪽)와 소재의 3층 구조(가운데)를 그림으로 묘사했다. 오른쪽은 열 흡수 및 방출 특성을 그래프로 표시한 것이다. GIST 제공
연구팀이 실제로 이 소재로 어른 엄지손가락 두 개 크기의 냉각기를 제작해 소형 밀폐 공간 위에 붙여 실험한 결과, 43도까지 달궈졌던 내부 온도가 39도로 단지 소재를 올린 것만으로 4도가량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자동차 소비전력을 10% 절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알루미늄판 등을 활용한 기존이 냉각 소재가 내부 공간은 식히지 못하고 차량 표면만 식히는 효과를 낸 것과 달리, 내부 공간 전체의 온도를 낮췄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의 표면에는 바둑판 모양의 패턴이 새겨져 있다. 이 패턴 덕분에 PDMS는 대기에 흡수되지 않는 파장의 전자기파를 방출할 수 있다. 맨 오른쪽은 실험에 사용한 소재의 모습. 현재 송 교수팀은 어른 손바닥보다 넓은 8인치 웨이퍼 크기의 소재를 제작해 시험 중이며 향후 더 넓은 면적도 연구할 계획이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캡쳐
연구팀은 “소재 양쪽 면의 열 흡수, 방출 특성을 이용해 온도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전력을 쓰지 않고 전자소자와 기기, 건물 등의 온도를 낮춰 에너지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연구소기업 ‘포엘’을 창업해 이 소재를 넓은 면적으로 제작하고 상용화하기 위한 후속 연구에 들어갔다. 현재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소재를 개발해 실험 중이다 또 송 교수는 “지금은 딱딱한 석영을 기판으로 썼지만, 휘어지는 소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이용해 롤 방식 공정으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재 개발을 맡은 연구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도현 연구원, 이길주 연구원, 허세연 연구원, 송영민 교수다. GIST 제공
동아사이언스 윤신영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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